한국에서 서핑을 오래 해본 사람이면 가을이 서핑하기 가장 좋은 계절임을 알고 있을거다. 한여름엔 태풍이 지나갈때 빼고는 바람이 없고 겨울에는 파도는 있는데 정말 춥고 봄에는 춥고 파도도 자주 오지 않는다. 가을이야말로 서핑하기도 캠핑하기도 그냥 바닷가를 노닐기도 좋은 날씨다.
올해는 거기다 웨이브 파크까지 생겼다. 수많은 서퍼들이 파도가 있는 주말엔 바다에 가고 파도가 없는날엔 웨이브 파크로 출근한다. 저번주 말부터는 웨이브파크 수 많은 시간대가 매진 행렬이다. 초반에는 다들 눈치보느라 안간건지 아니면 할인권 행사로 지금 최대한 가려는건지 알 수 없다. 그것도 아니면 더 추워지기 전까지 열심히 가려고 하는걸까?
날씨가 좋은날은 참 좋다. 정말 맑은 물이 반짝이고 있다. 이 물은 짜지도 않고 모래도 없고 물벼룩도 없고 해파리도 없고 요상한 부유물도 없다. 있는건 패들하고 있는 사람들 뿐이다. 온전히 서핑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요 맑은 물이 차갑다. 얼마나 차갑냐면 바닷물보다는 차갑다. 아무리 엄청난 양의 물을 가져다 놓았다고 한들 바다보다 물의 양이 적다보니 기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웨이브 파크측에서는 온도가 많이 떨어지면 서핑을 위해 물을 덥혀주겠다고 하는데 얼마나 물온도를 올릴 수 있을까 한참 걱정이다. 저번주 목요일에 빅웨이브 데이라고 광고해서 수 많은 사람들이 왔는데, 하필 그날 기온도 낮고 해도 떨어지니 수온은 15도 즈음이 되었다. 아직 바다는 20도 전후인데 말이다. 15도면 부산 한겨울 바닷가보다 조금 따뜻한 느낌일거 같다. 사람은 많고 파도가 크니 한 세트에 나오는 파도 수는 적고 로테이션은 느려지고 다들 가만히 앉아있다 동태가 될거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또 웨이브 파크를 갔다. 파도가 없는데 어떻게 하라구. 이건 흡사 도박 중독자와 같다. 그저 기회만 있으면 파도 파도 파도 그저 서핑에 목매달고 계속해서 찾는다.
지금은 파도 사이즈는 M2(말리부2) 가 표준으로 나오는데 파도가 너무 작다. 딱 초-중급 롱보드 타기 좋다. 숏보드 타기에는 파도 힘이 다소 부족하다. 물론 한국 바닷가에서 만난 파도라고 생각하면 매우 좋은 퀄리티지만 말이다. 길도 쭉쭉 나고 원하는 기술 연습 할 수 있고. 덩치가 있는 나로써는 M4 정도는 틀어줘야 조금 짜릿한 느낌이 난다. 아쉽다 아쉬워.
파도는 그냥 타면 기분이 좋으니까 작더라도 용서 되는데 여기 동선은 조금 짜증난다.
넓은 락커룸을 통과해서 길다란 통로를 지나고 언덕을 한참 돌아 올라가면 겨우 서프하우스다. 그런데 매번 올때마다 3번 표기된 안전교육장에 가서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 후에 다시 서프하우스 앞으로 와서 기다렸다 서핑하러 입수해야 한다. 이게 말이 되나? 거기다 하나 있는 물건 보관함은(지금은 무료인) 녹색 별 위치에 있다. 이건 일부러 동선을 복잡하게 만들어서 체류 시간을 가장 길게 만든 숨겨진 속셈이 있다.
거기다 각자 보드를 가지고 있는 서퍼들이 추워서 입을 외투까지 한짐 가지고 올라와 있다가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데, 서프하우스 옆에 보드 보관 스탠드 옆은 시장바닥 같다. 뭐 이런 풍경이 재미있기도 하다. 더 재미있는건 보드 보관함은 바람불면 보드가 쓰러지도록 설계 되어 있다.
투덜투덜 한가득이지만 어쨋거나 서핑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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